2021. 9. 26 미사 강론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순교자 성월 마지막 주일입니다.
우리 성당에 있는 진무영 성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우선 철종의 할머니는 송 마리아, 그리고 큰 어머니는 신 마리아라고 저번 주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이후로 철종 때, 최양업 신부를 중심으로 천주교는 큰 발전을 이루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억하시죠? 그런데 철종이 1860년 서른세 살에 선종하게 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철종을 이을 현종은 어린 나이에 왕이 됐고, 고종의 아버지였던 흥성대원군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이 때 러시아가 군인을 철수시키며 통상을 요구합니다. 이에 흥성대원군은 러시아 요구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조정에 지위가 있는 천주교 신자들이 양인인 천주교 신부를 통해서 서양과 동맹을 맺어 러시아와 맞서자는 대책을 흥선대원군에게 전달하게 됩니다. 이에 흥선대원군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러시아의 통상 요구가 점점 사그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청나라에서는 서양인 사제를 모두 죽이고 있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흥선대원군의 마음이 점점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당시 조정의 재원이 부족했는데 신부들이 많은 재원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흥성대원군은 이 재원을 빼앗기 위해 대대적으로 천주교에 박해를 시작합니다. 이 박해가 1866년에 일어난 병인박해입니다.
그 때 베르뇌 주교님과 8명의 신부, 8,000명 이상의 신자들이 순교를 하게 됩니다.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하자 고민을 거듭하다가 장치선과 최인서는 프랑스 함대를 불러 도움을 요청하여 프랑스 함대가 조선에 오게 됩니다. 1866년 9월,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에 도착하여 천주교 성직자 9명을 처단한 사건을 놓고 위약으로 수교를 맺을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반응이 없자 강화도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겨울이 되고 조선군의 공격이 강해지자 프랑스 사람들은 청나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때 조선에 있던 두 명의 신부들과 장치선, 최인서 등도 청나라로 돌아가게 됩니다. 중국에 도착한지 1년쯤 되자, 장치선 일행들은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이들과 함께 있던 프랑스 칼레 신부가 은 70냥을 주며 조선에 있는 교우들을 살피고 근황을 알려 주면 신부를 보낼 테니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그들을 조선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러다가 1868년 4월에 큰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독일 상인(商人)인 오페르트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묘를 파헤치다가 실패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이 소식을 들은 흥선대원군은 크게 분노하며 조선에 남아있는 모든 천주교인들을 다 죽이라고 명을 내립니다. 이 때 조선에 있던 장치선과 최인서도 붙잡혀 진무영으로 오게 되고, 강화에 있던 박 서방, 조서방과 함께 1868년 5월에 진무영에서 순교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가 진무영 순교 성지 이야기입니다.
알고 있었죠! 진무영 성지가 조성 된지 꼭 17년이 되었는데 이런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면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장치선과 최인서는 자신의 목숨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성직자의 보호와 종교의 자유,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다가 마침내 순교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박해를 안 받을 수도 있고, 목숨을 걸어가며 배를 타고 청나라에도 안 갈수도 있었으며, 마지막에는 목숨을 잃지도 않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라고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오늘 복음에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의 손과 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 잘라버리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지옥에 안가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죄가 무엇인지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죄란 하느님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그분께 등을 돌려 버리는 것입니다. 장치선과 최인서는 죄인이 아니라 조선의 땅에서 하느님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그분께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했던 것이 바로 성직자를 보호하고, 조선에서 신앙을 지켜가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먼저 생각하며, 하느님 나라를 조선에 뿌리 내리고자하는 그리스도인으로써 사명을 이루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이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가며 장치선과 최인서는 순교하게 됩니다. 이렇게 모범을 보여 주신 분들이 바로 진무영 성지에서 순교하셨지요. 우리는 이런 순교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주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2004년에 성지가 된 후 우리 강화 공동체가 순교자들을 위해 해 드린 것은 제대 하나, 십자가 하나, 안내 글이 써져 있는 철판 게시물 하나가 다입니다. 순교자들을 위해 우리 마음을 모아 그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그분들의 뜻을 우리가 따라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지요. 순교자들을 통해서, 그들의 피를 통해서 우리가 신앙을 받고 지금 이 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체 안에 진무영이란 성지가 있고, 장치선과 최인서 라는 분들, 박 서방, 조 서방까지 우리와 함께 공동체 안에 있지만, 과연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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