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내게 강도와도 같이, 고문자와도 같이 왔다.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세상에 태어나 다시는 그렇게 진심이 담긴
소리를 낼 수는 없다는 확신을 한다.
다시는 그렇게 간절한 기도도 바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안다.
그 기도는 이것이었다.
나는 자동차 안에서,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없는 것을 알기에,
목젖이 보이도록 악을 썼다.
"주님! 주님! 어디 계세요!"
그러고 나서 나는 더할 수 없이 큰 소리로 울었다.
그때 나는 이런 소리를 들었다.
소리는 침착했으나 너무나 오래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가 이제야
이름이 호명된 자 특유의 격정을 억누른 듯했고
그리고 이런 표현이 허용된다면, 얼마간 울먹이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들려온 마음의 소리는 이런 것이었다.
"나 여기 있다. 얘야, 난 단 한 번도 너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중에서
<필리핀 마닐라 빠클라란 성당, 20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