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강론
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단단해졌던 내 마음이 이 주간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활짝 열려야 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복음을 보면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나뭇가지와 자신의 겉옷을 벗어 길에 깝니다. 그들이 기다려온 메시아가 자신들을 구원해주기 위해 하느님의 집인 예루살렘에 입성하니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하지만, 그 구원 길에는 죽음의 십자가가 결려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십자가에는 메시아인 예수님이 걸려있습니다. 이제야 성주간이 시작되는 데, 왜 이런 내용이 복음에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여러분들이 외치면서 이 얘기가 이 앞 부분에 있을까?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중동 지역, 시리아의 한 강변에는 한 목동이 수십 마리 양떼를 몰고 오고 있었습니다. 목동은 그 많은 양떼를 몰고 강을 건너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양들을 몰고 강을 건넌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 때 옆에서 이를 본 한 가족의 아이가 어머니에게 묻습니다. “어머니, 저 목동은 저 많은 양떼를 몰고 어떻게 강을 건너려는 거죠?”
어머니는 “글쎄, 하지만 애야, 저 목동의 얼굴은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이지 않니” 아들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습니다. 그러고는 목동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 물었습니다. “이 많은 양떼를 몰고 어떻게 강을 건너려고 하세요?” 그러자 목동이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 그건, 간단해. 세상의 이치만 알면 돼” 아들은 그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때에 강가에서는 양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어린 양이 어미양 옆에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그 때 목동은 겁먹은 양 가운데 귀여운 새끼 양 한 마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자신의 어깨에 들어 메었습니다. 아들은 깜짝 놀랐으나, 오히려 어머니는 목동이 양떼를 거느리고 강물을 건너는 방법을 알았다는 듯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새끼 양을 들러 맨 목동은 성큼성큼 강으로 들어갔습니다. 강폭은 넓었지만 물은 깊지 않았습니다. 새끼를 빼앗긴 어미 양이 몇 번인가 울더니 강물 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습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수십 마리의 양들이 일제히 강을 건넜습니다. 목동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튼튼한 주인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줄을 방안에서 끌자 모두 줄줄이 방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입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복음의 이야기, 예수님의 죽음이 왜 나오는지 아시겠나요? 새끼양이 양들을 강으로 불러들인 것처럼 예수님이 어린 나귀를 타고 가자 예수님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입성했던 제자들과 군중들처럼 지금 예수님은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들에게 당신을 따라 일생 동안 가장 중요하게 전해주고 싶었던 말씀들을 알려 주기 위해서, 당신과 우리를 이어주는 끈을 통해 우리를 찾으시는 것입니다.
매년 똑같은 내용이고 또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어떤 일을 겪으실지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예수님은 매년 성주간 때 당신의 일을 반복해서 이야기 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만큼 우리가 예수님의 참 가르침과 참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복음을 계속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를 다시 한 번 초대해 주고 계십니다. 당신의 말씀과 마음을,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그리고 당신의 순명과 사랑을 제대로 바라보라고 말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성주간에 그 어느 때보다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보시기바랍니다. 여기에 참된 가르침이 있고, 참된 주님의 마음이 담겨있으니 깨어 보고, 깨어 듣고 깨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자제분들이 있으시겠죠! 자제분과 강한 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주님과 강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께서 죽음을 통해 강물이 빠지신 것처럼 우리를 그 끈으로 당기시고 계십니다. 무서워하지 말고, 그리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던 이야기를 들으라고, 이렇게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을 열고 주님의 말씀을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