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인 오늘, 교회는 새해를 시작하면서 이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교회가 성모님의 보호와 도움을 청하면서 마리아의 모성을 닮고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오늘 대축일로 정해진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이유 이외에도 성모님과 우리 사이에 한 가지 공통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성모님은 새로운 시작점에 계셨고, 오늘 우리 모두도 다시 시작된 새로운 출발점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인류 구원계획 즉,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실 것이라는 약속의 시작점 앞에 겸손한 인간의 모습으로 계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동안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고 다시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이 시간 앞에 오늘 서 있습니다.
먼저 성모님의 생애를 생각해 보면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셨지만 그분 역시도 가브리엘 천사의 주님 탄생 예고에 몹시 놀랐다고 복음은 우리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고, 그것이 곧 구원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리아는 얼마나 놀라고 무서워하였겠습니까. 그러나 가브리엘 천사는 ‘두려워 하지마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는 말을 전하며 인간적인 걱정과 두려움을 하느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성모님은 모든 신앙인을 대표해서 아름다운 고백을 하셨고, 성모님에게 있어서 인간적인 두려움이 예수님을 낳는 기쁨으로 바뀔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시작점과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항상 두려움과 걱정을 갖습니다. 우리 앞에 펼쳐질 일을 한 순간도 예측하기 힘들 것이고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디는 것 역시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아버지’라고 부르고 있기에 하느님께서 마리아에게 허락하신 것처럼 성령을 우리게도 부어주셨습니다. 이는 모세와 아론이 자녀들에게 축복을 베푼 것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와의 악속이고 곧 믿음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분의 새 자녀로 살아가기에 하느님은 우리를 두려움과 걱정 속에 가만히 두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제자들이 풍랑을 만나 죽게 되었을 때, 그 앞에 나타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어떻게 말씀하셨습니까?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성모님이 들었던 말과 거의 비슷하게 하느님께서는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지금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격려와 용기 속에서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선물로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님은 하느님과 연결된 삶을 살았고 그것이 예수님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우리도 성모님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믿음이, 신앙이 예수님을 통해서 완성되기를 소망해 봅시다. 비록 부족한 우리이고, 때로는 어려움과 생각지도 않는 아픔과 슬픔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있겠지만 우리 어머니 성모 마리아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그분께 전구를 청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먼저 새로운 시작에서 ‘예’ 하고 대답하신 성모님께서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실 것이고 감싸 주실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자 예수님의 어머니, 그리고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우리 옆에 항상 계시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아침 미사를 봉헌하면서 가브리엘 천사와 성모님께 했던 말,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라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면서 올 한 해 새로운 희망과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시작이 되는 오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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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경 프란치스코 신부님 (돌렌띠노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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