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들의 삶 (요한 10, 1-6)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착한 목자와 삯꾼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삯꾼은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말합니다. 요한복음 10장은 예수님이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시기 위해 하신 말씀입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는 율법의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데만 골똘한 나머지 그들이 이끌어 줘야 할 군중들로부터 멀어져 가게 되었고, 주님을 알리기보다는 율법을 모르는 그들을 이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로 예수님은 군중을 가르치시고 치유해 주십니다. 그리고 육적으로나 영적으로 굶주린 군중을 보고 ‘오병이어’ 기적을 일으켜 그들의 배를 채워 주시고, 주님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바치심으로써 길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 주십니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하느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이지만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지만, 예수님은 착한 목자와 같이 양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목숨을 바치십니다. 한 쪽은 완전에서 완성을 추구하지만, 다른 한 쪽은 부족함에서 완성을 추구합니다.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들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지만, 부족함으로 완성하는 쪽은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고 가슴 아파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로써 하느님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인간이시기도 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족함 부분은 바로 나약한 인간적인 나약함에서 비롯됩니다. 예수님은 신으로써 이 세상을 바라보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 세상을 바라보시며 부족함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은 예수님의 마음에 연민을 만들고 희생하는 용기를 채우시며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십니다.
오늘은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김대건 신부님을 생각하면 엄청난 일처럼 느껴집니다. 어린 나이에 중국, 마카오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서 찾아가고자 하신, 조선의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온 생애를 다 바치셨습니다. 조선의 첫 번째 사제가 되어 들어오셔서 신자들을 위해 애 쓰시고, 붙잡히신 다음에는 많은 회유와 고문을 당하셨지만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주님을 따르셨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김대건 신부님 자신은 부족하고 나약하기에 주님께 더 의지하고 순명하셨을 것입니다.
순명이란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께 의지하고 순명함으로써 어렵고 힘든 생활을 주님과 함께 이겨내고, 나보다 못한 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알려 주신 예수님의 삶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처럼 나의 잘한 점이나 좋은 점을 먼저 바라보게 되면그 어려운 일을 이겨낼 수 있을지언정 다른 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바칠 수 있는 희생을 하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내 자신이 그들보다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보다 내 자신이 소중하기에 자신을 높이고 자신을 지키며, 자신의 이유를 만들게 됩니다.
예수님도 그렇고, 김대건 신부님도 그런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주님께 대한 믿음이 생기고, 순명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기며, 힘들고 아파하는 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이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려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엇을 먼저 생각하십니까? 나의 좋은 점,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그것보다 나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나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주님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순명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도와줄 수 있을 것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여러분은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나바위성당, 2008.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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