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정이시돌 2021. 8. 31. 19:16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킨다. (마르 7,1-8)

 

 

2021829일 연중 제 22주일 강론 말씀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을 보면 과거에 좀 찔리는, 좀 후회가 되는 일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간단히 말씀 드릴까 합니다. 저는 군대 있을 때 군종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신부님이 없던 곳이기에 제가 모든 활동을 준비하고 공소를 이끌어 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도와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요? 아무리 세례를 받은 군인이라 할지라도 신앙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입대 후 급하게 세례를 받은 군인들에게는 이 기도회와 성경공부가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자 좀 지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군인들에게 믿음이나 신앙 같은 것을 기대해봤자 뭐하겠어, 그냥 성당에 오면 편하고, 즐겁다는 것만 알게 해주면 되지! 그리고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 그때 군대에서 힘들 때, 성당이 좋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성당을 다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종교 시간이 주일에만 있었는데, 편한 시간을 만들어 주겠다고 수요일, 토요일, 주일로 늘렸고, 또 격주로 영화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됐을까요? 성당에 나오는 군인의 수가 다섯 배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군인들과 즐겁게 지내다보니까 그 시간이 많이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전역 날짜가 되어서 다음 군종 병에게 인수인계를 해 주게 되는데, 그때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에게 뿌듯함이나 자랑스러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부끄러움만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운영했던 성당에서는 재미와 편안함만 있을 뿐 주님의 손길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군인들에게 성당은 기도하는 곳이 아니라 쉬고 노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겨졌던 것입니다. 즐거움, 행복, 편안함 등 다 좋았지만, 정작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마르 7,1-8)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르면 행복하고 위로 받고, 사랑을 주고받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는 삶이란, 결코 행복하고 위로 받는 것만 있는 삶이 아닙니다. 반대의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어려운 삶 안에서 움직이시는 생명의 활동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의 고통과 같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위해서 희생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맡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절대 안락하고 편안한 삶은 아니지요.

 

     오늘 복음을 읽으며 알 수 있듯이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이 추구했던 것은 지키는 것, 지키는 공동체였습니다. 율법을 철저히 지켜야 하는 공동체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키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즐겁고 기쁨을 찾는 공동체도 아닙니다. 우리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들 안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 안에서, 지킴을 넘어서 자신을 희생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주님 말씀 안에 숨어 있는 그분의 뜻을 깨닫는 공동체, 바로 깨닫는 공동체가 우리들이 만들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여러분은 이 세상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말씀 안에서 주님을 찾고 그분의 뜻을 깨닫고 계시는지 여쭤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즐거움과 위로만 찾는 다면 우리는 교회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교회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은 주님의 뜻을 깨닫고, 지키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찾으시기 바랍니다. 내 삶속에서, 내 가족들 안에서, 우리 공동체 안에서, 주님의 말씀이 어떻게 움직이고 계시는지를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가족을 한 번 생각해 보시고 우리 공동체를 생각해 보시면서, 주님이 성령께서 어떻게 움직이고 계시는지를,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를 이 시간, 잠시 귀 기우려 들어 보시기로 합시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2021.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