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성령 강림 대축일 특강

정이시돌 2023. 5. 29. 12:34

성령 강림 대축일 특강 (2023. 5. 28)

 

   찬미 예수님!

   주님께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성당에 나오시면서 어떤 마음으로, 미지근한 마음으로, 그냥 습관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나오신 분은 없으시겠지만, 나가실 때는 마음에 기쁨과 평화가 성령으로 가득차서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아멘!)

 

   저를 아마 다 잘 아실 것입니다. 지금 가만 생각해 보니까 제가 이곳에 2014년도에 보좌신부로 있었으니까 15년이 되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강화성당에 저를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아울러 부족한 저를 불러주신 김혁태 사도요한 주님 신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임 신부님 덕분으로 가끔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강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제가 2주 전부터 심한 독감에 걸려서 그래서 며칠 전부터 제가 취소를 해야 되나?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고 기도를 열심히 했습니다. 다행히 많이 나아져서 목소리는 명쾌한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들으시는데, 지장이 없으시죠? (!) ! 다행입니다. 그래서 제 목소리가 이런 목소리는 아닌데, 멋진 목소린데(웃음) 명확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아서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어제까지 복되고 벅찬 부활 주간을 마치고 이제 교회 전례력으로 내일부터는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오늘은 매우 중요한 날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날에 주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성령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 중요한 것을 자식에게 남겨주듯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헤어지면서 선물을 내려 주셨습니다.

 

    여러분들 중에 천주교 창립일이 언제인지 알고 계신가요? 어떤 분은 1225일이라고 하는데요! (오늘입니다.) 맞아요! 오늘입니다. 성령 강림이란 성령께서 하늘에서 우리에게 내려오신다는 뜻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들으셨듯이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던 것처럼 자기들도 그렇게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을 꼭꼭 잠그고 숨어있었습니다. 며칠 후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눈앞에 나타나셨지만 제자들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승천하신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제자들은 걱정에 가득 찼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자들은 몹시 두려워하며 숨어있었다고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이 때 바로 성령께서 내려오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성령을 받으며 제자들은 두려움이 깨끗이 사라집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제자들은 문을 박차고 나가서 대담하게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자기들을 잡아 죽이려했던 유다인들 앞에서 과감하게 예수님은 주님이시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령의 감화를 받은 제자들이 필두로 수많은 유다 인들이 감동을 받고 그날 삼천여 명이 세례를 받았다고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첫 선교로 삼천 명의 사람들이 천주교 신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었던 것처럼 거기에 왔던 사람들은 다 언어가 달랐습니다. 영어권, 아랍어권, 그리스어권..., 베드로가 말한 많은 설교를 다 알아 들을 수 있었던 것이죠. 바로 성령이 역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주교 창립일이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초대 교회를 탄생시키고 이끌었으며, 지금까지 교회의 모든 생명의 원인이 되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이와 같이 성령 강림 사건은 그 당시에만 있었던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각종 성사를 통해 성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신앙생활은 왜 이렇게 무미건조할까요? 왜 아무 열정도 없이 성당을 오가는 것으로 만족 할까요! 문제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커피 잔에 설탕을 가득 넣어도 달지 않으면 제 맛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거울이라도 먼지로 덮여있으면 그 어떤 모습도 비치지 못합니다. 곧 성령은 이미 우리들에게 와 있지만,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자신 안에 성령의 활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장애물이란 질시와 미움, 증오입니다.

 

   내 영혼이 죄로 얼룩져 있고 내 마음이 미움과 증오로 들끓고 있는데, 어떻게 성령이 내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겠습니까! 성령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하느님께 용서 받고, 이웃을 용서해야 합니다. 용서 받고 용서함으로써 내 영혼이 순백의 눈처럼 빛나고 내 마음이 호수처럼 평화로워야 합니다. 혹여나 미사에 참례하시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 마음이 아직까지도 미움과 증오가 있다면 성령을 받아드릴 수가 없습니다. 성령이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데 다른 주일과 똑같은 무미건조한 마음과 영혼의 감흥이 없다면 우리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우리는 이 미사 시간을 통해서 뜨거운 성령으로 여러분들 마음 안에 불타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처럼 두려움 없이, 부끄러움도 없이 주님을 증거하는 뜨거운 마음이 있으면 합니다. 성령 체험은,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성당에 가고 싶어, 성체조배를 막 하고 싶어, 이러한 마음이 불덩이처럼 올라올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갑자기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 번 쯤 그런 경험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 때가 성령의 힘이 마음을 두드리는 것입니다.

 

   성령이 내 안에 임하면 모든 것이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두려움도 없습니다. 그 많던 근심 걱정도 사라집니다. 내 마음에 욕심과 내 마음에 불안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게 되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흰 구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 황홀한 기쁨!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됩니다.

 

   제가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은 보좌 신부할 때 하고, 말레시아 정글에서 십년 정도 사목활동을 했을 때인 것 같아요. 정글에 있는 아이들을 키워야 되는데 제가 가진 것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도 안 되었습니다. 정글의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약만 먹어도 금방 날 텐데, 그런 혜택을 못 받고 생명을 잃는 것을 볼 때면 너무나 제 자신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런 가운데 싱가포르를 가게 되었습니다. 빌딩도 으리으리하고! 아시아에서는 최고로 잘 사는 나라잖아요.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느님! 제가 정글의 아이들 위해 하는 일은 당신의 아들딸들을 위해 하는 일이잖아요!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 이 모든 것은 당신께서 허락하셨기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그런데 당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저에겐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 때 제가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다. 저는 하느님의 재산권을 물려받은 제자이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이 세상 모든 우주만물은 하느님 것이고, 그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 저라고 생각할 때, 정글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 하나 짓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는 생각이 번개처럼 제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주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들은 다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감동!) 그 때 제 수중에 가진 돈이 100만 원밖에 되지 않았어요. 건물을 짓고, 땅을 사려면 15억 정도! 꿈도 꾸지 못하는 크기지요. 그러나 주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 그 금액이 무슨 대수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감이 생겼지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수도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하나하나 기적처럼 일이 풀려나갔습니다. 18명의 말레시아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땅만 55백 평 사들이고, 직원들만 10명 넘고, 차만 6, (버스 포함해서), 이렇게 확신이 생기니까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주님께서 다 이루어 주신다는 거죠. 단지 조건이 있어요. 꾸준히 내어 맡겨야 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고, 나의 것은 하나도 나의 것이 아니니. 당신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불구덩이라도 뛰겠습니다. 라는 확신과 믿음과 신뢰만 가지고 있다면, 다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성령이 역사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그래서 성령께서 우리에게 내려오신 것입니다. (아멘!) 여러분 마음에 아픈 상처가 있을 것입니다. 위험이 있을 것입니다. 내 마음에 뜨거운 성령이 오게 되면, 내가 마음을 조금만 열게 되면, 내 손길이 닿으면 다 용서해 주고,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확신을 기지시면 됩니다. 우리는 항상 중간에서 정말 그럴까? 하고 의심합니다. 그렇다! 하고 확신을 하고 나아가면 달라집니다.

 

여러분 중에 아픔이 있는 분도 계시고, 용서하지 못하고 마음에 꿍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분도 계시기 때문에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바로 여러분들을 위해 드리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힘들지만 나의 힘으로는 용서하기 힘들지만 주님께서, 성령께서 함께 하시면 됩니다. 내가 용서하지 못하면 누가 더 힘들어요? 내가 더 힘들어요. 힘듦과 아픔과 스트레스 때문에 내가 더 아프게 됩니다.

 

   여러분들! 나가실 때는 정말 기쁘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날아가는 그런 심정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이 찢어지고 아픈 상처가 없어지기를 원하시면 나가실 때는 기쁘게 행복하게, 알렐루야! 주님을 사랑합니다! 라는 그런 마음으로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령 강림 대축일이 우리에게 오신 것입니다.

 

   다 잊어버려도 좋아요. 단지 성령께서는 여러분들을 아끼고 사랑하시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핏방울 한 방울까지 다 흘리시고 못 박혀 돌아가셨잖아요. 그것도 못 미더워서 성령까지 주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용서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예수님께서는 자기 목숨까지 바쳐서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성령까지 주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닷가의 아주 작은 모래하나 만큼 작은 용서도 못한다면 어떻게 예수님을 하늘나라에서 얼굴을 들고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용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함께 하신다면 이루어진다는 거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셨듯이 나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인은 용서해 주어야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먼저 우리를 용서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스스로 도저히 갚을 길 없는 죄의 빚을 남김없이 주님께서는 하나의 핏방울까지도 흘리면서 우리를 용서해주셨습니다.

 

    지금도 하느님께서는 아무 조건 없이 매 번 나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계십니다. 따라서 신앙인에게서 용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절대적인 지상 명령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능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용서하는 것입니다. 그 위대한 능력을 하느님이 먼저 뿌려주셨고, 이제 여러분들이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 되어 위대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라고 마태복음 1835절에 말씀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인 오늘, 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성령께서 임해주시기를 청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 부총장 최상기 레오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