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박진화미술관

[스크랩] 반갑습니다

정이시돌 2009. 7. 18. 10:21

 

 의정부 통일문화제 전시장에서.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곳은 박진화를 사랑하는 후배들이 박진화의 사유와 말들, 그리고 그림들과 함께 걸어온 길을 모아 놓은 곳입니다.

 “내 삶이 곧 내 미학”이기에

스스로의 그림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담담히 선언하는 그런 박진화의 생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곳입니다.


 형에게 화가는 “샤먼(Shaman)이어야 하고 무당이어야” 합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이 세상 민중을 위한 대곡자(代哭者) 이어야 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대신 울어줄 수 밖에 없는 그런 운명을 지니고 살 수 밖에 없는.... 

박진화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형의 눈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괴롭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꽃대가 흔들리며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는 그 치열한 중심” 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옛말에 오십을 지천명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여기에는 화가 박진화의 있는 그대로의 즉자적(卽自的) 모습이 있습니다.

대체로 있는 그대로의 그림과 글과 흔적들만 모여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침침한 빈방에 불을 켜듯 스위치 올리고 둘러 보십시오.

단 한차례 흔들림 없는 근 삼십년 세월을 보아 주십시오.

박진화의 그 역사를 보아 주십시오.

그 세월이, 일관성이, 극진함이, 힘이, 지속적인 끈질긴 저항이 후배들의 부끄러움이자 자랑입니다.

우리 후배들이, 아니 내가, 선배로서의 박진화를 바라보며 갖는 자부심과 존경심이

인간 박진화에게는 분명 가혹한 고통일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기에

부끄러움과 죄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을 함께 갖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 의정부에서의 열한 번째 개인전에 유례 없이 많은 그림이 걸렸습니다.

그때 못 걸린 많은 작품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걸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이고 어떤 느낌일까 생각 했었습니다.

그럴 만 한 자리도 없겠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참 볼만 한 구경거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준비 끝에 비록 허망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여기에 모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의정부 "붓의 이행" 도록 출판 기념전 전시장 풍경


부디 작가 박진화의 삼십여년 쌓인 격정의 붓자국을 가슴으로 느끼며 구경하시기 바랍니다.

양화 도입 100년에 즈음하여 가장 한국적인 작가이기 보다는

"한국적 상황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한 작가"의 저항이.. 보편적 인류애로 승화될 것 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이 작은 방을 개설 하였습니다.

 

해석도 해설도 불필요한 땀내 나는 그의 성정을 생각하며,

오늘도 신명나게 비비고 그어 대었을 그 붓자국을 생각합니다.

무수한 붓자국이 만들어 낸 두터움과 무게와 깊이와 겹겹의 사연 많은 결들을 돌아 봅니다.

이 시간 조국의 산하가 당신께 염(染)하여 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캔바스를 긁어대고 있을  박진화의 붓자국...

그 소리들이 여러분들께도 함께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구경하다가 흥이 더하면 강화도로 그림 구경 한번 가시구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분단의 사유
글쓴이 : 魚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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