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 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봄의 언덕>
촬영기종 : Leica classic M6 non TTL 0.72
촬영 렌즈 : ELMARIT 28mm
촬영 필름 : ILFORD B & W FP4 /ISO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