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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사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정이시돌 2024. 11. 5. 21:39

 

사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연중 제31주일

 
 
      † 찬미 예수님!
 
   오늘 1독서에서 신명기 6장의 4절과 5절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하루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꼭 이것을 외웁니다. 이것은 그들의 기도이며 또한 신앙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성경 구절을 손에 매달고 다니기도 하며 이마에 붙이고 다니기도 합니다. 그만큼 그들은 하느님의 법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의 법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과시하기까지도 합니다.
 
   이런 유대인에게는 많은 율법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613조목이며 이 중에 무엇을 하라는 명령은 248조목, 무엇을 하지 말라는 금지하는 것은 365조목입니다. 이처럼 율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다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덜 중요한지도 잘 몰랐습니다. 소위 율법학자라는 사람들도 율법의 핵심을 잘 몰랐습니다. 율법의 모순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율법학자가 체면을 불구하고 예수님께 와서 어느 것이 첫째가는 계명입니까 하고 묻습니다. 이 사람은 아주 솔직한 사람이고 겸손한 사람입니다. 학자들이 그 당시 많이 있었지만 말만 서로 요란했지 핵심은 잘 몰랐습니다. 그저 껍데기만 가지고 왈가불가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큰 모순에 빠져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항상 명쾌합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마르12,28-31)
 
   율법에 613조목을 짜고 또 짜서 걸러낸다면 바로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랑은 인간 세상 신앙인들에게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앞면은 하느님의 사랑이요, 뒷면은 이웃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별개의 얼굴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랑이란 큰 모습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은 당신 생애 자체가 사랑이셨습니다. 그분은 사랑을 떠나서는 말씀하신 적이 없으며 사랑밖에 행하신 적도 없습니다. 사랑으로 오셨다가 사랑으로 사셨으며 그리고 사랑으로 하느님께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도 그 사랑을 본받아야 하고 또 실천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사랑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가 있고 차원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이라는 것도 하느님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라야 가치가 있지, 이해타산이 결부된 사랑, 조건이 물린 사랑은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이 아니거나 심지어는 강아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려워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 때문에 사랑할 때 그는 큰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또 나에게 도움을 준 이를 사랑하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 또한 쉬운 일입니다. 오히려 안 믿는 사람들이 그 사랑을 더 뜨겁게 합니다. 그러나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사랑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때, 우리는 큰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이 바로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큰 부자요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가 사랑을 못하고 있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받는 것도 기쁘지만 사랑을 베푸는 것은 더 기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사랑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죄를 지을 때나 누구를 미워할 때나 주님은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해 주십니다.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이 사실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통해 하느님 앞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하는 행복한 한 주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멘!
 
 
-성 아구스띠노 수도회 박태경 프란치스코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