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맨발로 감당 못 할 열정으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삶을 끌어안아보십시오
썰물이 나가면서 하는 말
철석이는 파도소리가 놓아버릴 욕심들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미루지 말고 버리십시오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바다가 모래 위에 엎질러놓은
삶이 피곤하고 많은 말을 다 전할 순 없어도
기댈 데가 없는 섬이라고 마음에 출렁이는 푸른 그리움을
우리가 한 번씩 푸념할 적마다 당신께 선물로 드릴게요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슬픔이 없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춤추는 물새로 만나는 꿈을 꾸며
큰 바다를 번쩍 들고 왔습니다
- '작은 기쁨' 이해인 시집, 열림원 -
<2012.1. 28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