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9월 27일 연중 미사

정이시돌 2020. 9. 30. 09:00

2020927일 연중 제26주일 미사

 

       오늘 복음은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을 향한 예수님의 꾸지람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들은 세례자 요한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 들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자신의 잘못에서 돌아서서 하느님을 향해 새로운 삶을 살라고 외칩니다. 이러한 외침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 외침을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부족함 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마음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부족함을 외면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세례자 요한의 외침이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이가 와서 외쳐도 그들의 마음은 완고할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 아들이 둘이 있었는 데 맏아들에게 가서 애야,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하여라.’하고 일렀다. 그는 싫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나중에 생각을 바꾸어 일하러 갔다. 아버지는 또 다른 아들에게 가서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가겠습니다, 아버지!’ 하고 대답하였지만 가지는 않았다.” (마태21,28-32) 여기서 맏아들은 죄를 지었던 세리와 창녀, 그리고 죄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고 죄를 지었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변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둘 째 아들은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알고 대답을 하였지만 결국 아버지의 말씀을 실행하지 않습니다. 들 째 아들의 마음에는 아버지의 말씀보다 자신의 뜻이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편한 자리에 안주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스스로 적당한 이유를 찾고,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세리와 창녀, 죄인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변하고자 했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변하고자 했습니다. 변화 속에서 더 큰 기쁨과 평화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그들의 바램이 자신을 변할 수 있게 해 주었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녀로 자라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보지 않은 이들은 기쁨과 평화가 앞에 있어도 그것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안정과 생각에만 몰두할 뿐입니다.

 

        가끔씩 신자분과 대화를 하다보면 과거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지금까지 괴로워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 기억들을 가슴에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자신은 그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해 계속 가슴 아파합니다. 이런 분들도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그런 고통에서 못나오는 것은 하느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위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일종의 교만입니다. 하느님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성도 좋고 미안함도 좋지만, 그 안에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주위 사람도 하느님도 바라시는 모습이 아닙니다. 그저 자기 자신을 끊어내지 못할 뿐이지요. 만약에 자신의 잘못과 죄에 얽매어 있는 것이라면,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세리와 창녀, 죄인들이 과연 회개하여 하느님 품에 안길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처럼 용서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낮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필리 2, 1-11)

      우리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과 허영심, 그리고 집착이나 자기 비하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보다 주위에 있는 이들의 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을 먼저 생각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그 때 예수님의 말씀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우리도 주님의 자녀로 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보다 남을, 나보다 주님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