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마르 1.1-8)
오늘 복음을 보면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로서 주님의 길을 마련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리란 무엇인가가 울려서 납니다.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소리였고, 그 소리는 단순히 음성으로 전해지는 울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울림으로써 소리가 됩니다. 만약 세례자 요한이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처럼 훈육조로 자신의 안정을 위해 살면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고 소리쳤다면 그 소리에는 주님을 향한 울림이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은 주님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머리와 같은 삶을 살았기에 그의 소리는 울림이 있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삶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울려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 주님을 사랑한다고 주님을 애타게 기다린다고, 그리고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해 주시는 ‘예수’라고 외치는 삶의 울림이 있어야 합니다. 만일 삶이 따르지 않는 소리라면 어쩌면 그 소리는 죽어있는 소리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삶의 울림이 있기 위해서는 단순히 내 힘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힘을 얻을 수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힘을 받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하는 것이 바로 죄에서 멀어짐으로서 가능합니다. 그래서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세례를 받고 주님의 몸을 영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어린 소녀가 있었습니다. 이 마을에 신부님은 이 소녀를 보면서 과연 주님의 몸을 모실 준비가 되었는지 질문을 합니다.
“안나야! 너는 내가 주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니?”하고 첫 질문을 합니다. 그러자 안나는 “그럼요!” 하고 서슴없이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세례를 통해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하고 묻습니다. “네 변화가 있어요.”하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안나야, 세례를 받은 지금도 너는 죄인이라고 생각하니?”하고 질문을 하자, 안나는 슬픈 목소리로 “네, 저는 아직도 죄인이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신부님은 다시 “그렇다면 세례를 받기 전에도 죄인이고 세례를 받은 지금도 죄인이라고 느낀다면 안나에게는 무슨 변화가 있었지?” 라고 묻자, 안나는 조용히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제가 세례를 받기 전에는 죄를 쫓아 다녔어요. 하지만 세례를 받은 지금은 죄를 떠나서 도망 치고 있어요.“이 대답을 듣고 신부님은 안나에게 성체를 모실 수 있게 해줬습니다.
안나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죄를 쫓는 것이 아니라 피해 다녀야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죄를 피해 다니면서 우리는 성체를 모시고 사랑을 받아 이 사랑을 아무 대가없이 이웃에게 전해줄 수 있을 때, 주님의 일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그리스도의 신앙생활입니다.
우리는 지금 대림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기 동안 다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준비란 죄를 쫓는 것이 아니라 죄를 피해야할 것입니다. 아무리 내가 아기 예수님을 모시려고 하더라도 내 마음에 죄를 쫓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절대 아기 예수님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쫓아가며, 내가 물드러 있던 죄를 내려놓고 죄를 피하시기 바랍니다. 그 때 그 빈자리에 아기 예수님을 내 마음에 모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대림시기는 죄를 피하며 아기 예수님을 모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때임을 여러분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대림시기를 보내시고 있습니다. 죄를 쫓고 계시나요? 피하고 계시나요? 죄는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피해야 되는 것입니다. 피하면, 아니 내가 붙잡지 않으면, 결국은 결정은 내 자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쉽게 이야기합니다. ‘미움이 없어지지 않아요.’ 미움이 나한테 붙어 있는 것일까요? 미움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요? 그 미움을, 그 죄를 여러분들이 내려놓고 예수님을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그 죄를 피하시기를 바랍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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