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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강론

정이시돌 2020. 11. 23. 22:12

* 최후의 심판 (마태 25,31-46)

 

     늘 복음을 보면 제일 먼저 장례미사가 떠오릅니다. 오늘 복음은 장례미사 때에 사용되는 내용입니다. 가끔 신자 분들의 장례식장에 갑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보면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장례식장에 가 보면 아주 조용하게 가족들과 신자 분들만 고인을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장례식장은 화환이 넘쳐나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곳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와, 이 분이 정말 외롭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분은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적인 모습만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고인의 삶에는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주님과의 관계도 함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인의 주위에는 부스러기 빵을 주워 먹던 나자로처럼 외로움 속에서 주님을 더 찾고 오직 주님만이 기쁨이고 주님만 선택할 수도 있고, 또 돈을 허비하지 못한 부자 청년처럼 호화로운 삶 속에서 주님보다는 세상의 기쁨을 선택하며 주님과 멀어진 분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장례식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는 어떤 삶이 잘 살고 있는지, 못살고 있는지는 판단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주님께서 판단하고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주님을 맞이하게 된다면, 죽음을 맞이해서 주님 앞에 서게 된다면 주님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하실까요? 주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물어보실 것입니다. ‘너는 얼마나 네 이웃을 사랑하였느냐?‘, 너는 얼마나 너의 가족을 사랑하였느냐?, 너는 얼마나 나를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라고 물어 보실 것입니다. 만약 이 자리에서 하느님을 만나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우리는 무엇이 됐느냐,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며 본당의 날이고, 추수감사 미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오늘 많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본당을 잘 이끌어 주시고, 사랑해 주심에 감사하고, 또 한 해 이렇게 풍성한 추수를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는 것, 우리와 함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며 감사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늘은 주님께 받은 것을 감사하는 날인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부정적인 마음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해 동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욱 더 주님에게 사랑을 전해 줄 것을 다짐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오늘 같은 날, 감사하고 사랑하는 이를 다짐할 수 있을 때,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의 질문에 조심스레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우리의 대답을 듣고 기뻐하시며 잘 맞이하여 주실 것입니다.

 

      감사하고 사랑을 다짐하는 날, 저는 여러분에게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들! 코로나가 많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상황을 보면 이 번에도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습니다. 이렇게 코로나가 심해질수록 우리 교회는 모이기가 더 힘들어 집니다. 모이기가 힘들어 지는 것은 교회의 심각한 위기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란 건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인데, 모일 수가 없으니 이보다 더 큰 위기가 어디 있을까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몸은 함께할 수 없지만 기도로 하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대림 기간 동안 ‘대림기도’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겼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하게 대림기도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여러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를 해 보셨나요?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얼마나 기도해 보셨나요? 이 번 대림시기에서는 내가 사랑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대림기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나만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로 함께 해 볼까 합니다.

 

     대림환 옆에 트리에 여러분들이 기도 지향이 차곡차곡 다 쓰여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서 각 가정마다 나의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도로 함께 바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 대림환을 가지고 몸은 함께 할 수 없지만, 하나의 큰 지향을 가지고 함께 기도해 줄 수 있는 대림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기도로 하나가 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전 현수막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우리, 기도 안에서 만나요!’입니다. 여러분들은 헤어질 때 ‘기도 안에서 만나요!’하고 인사하시지요. 그 마음처럼 이 번 대림기도는 기도 안에서 하나 될 수 있는 대림시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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