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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정이시돌 2021. 12. 9. 15:26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루카 3,1-6)

 

 

대림 제2주일 미사 강론

 

 

    + 찬미 예수님!

 

    신부님들 사이에는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사제 생활 10년 차쯤에 위기가 온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저는 본당과 중국, 병원 등 하는 일이 계속 바뀌다 보니까 아직 위기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는 데, 한 가지 일을 계속 하시는 신부님 사이에서는 ! 내가 이러려고 사제가 됐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온다고 합니다. 계속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열정은 점점 사라지고 지쳐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사제들만의 모습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시겠지요! 지금 하시고 계신 일들 중에서, 또 매일 똑같은 집 안 일 속에서 ! 내가 이러려고 살고 있나?’ 라는 생각들을 한 번쯤 해 보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죠. 언제나 똑같은 미사, 똑같은 기도, 똑같은 죄의 고백 등, 항상 우리는 거의 비슷한 신앙생활 속에서 ! 내가 이러려고 신앙생활을 하나?’라는 생각이 드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을 위해 이야기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오래 전에 한 도시에 요한이라는 우편배달부가 살았습니다. 매일 똑같은 자전거를 타고, 똑같은 길로, ‘편지 왔습니다, 소포 왔습니다.’ 라고 외치며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했습니다. 이렇게 똑같은 삶을 15년 동안 열심히 살았습니다. 서서히 중년이 되자 그는 점점 자신의 인생과 직업에 대한 회의와 싫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편배달을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로 바꿀 것인지, 바꾼다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큰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느님께 기도를 하는데, 하느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은 계속 그 일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그 일이 너무나 지겹고 지루한데 어떻게 계속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느님은 그 일을 계속 하면서도 보람차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계속 이 문제로 기도하던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여전히 똑같은 직업을 갖고 똑같은 거리를, 똑같은 자전거로, 똑같은 말은 하면서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변한 것이 하나 있는 데, 그것은 집배원 가방 안에 꽃씨를 넣고 다니며 지나가는 집집마다, 골목마다 계속 꽃씨를 뿌리고 다녔습니다.

    어떤 꽃씨는 죽기도 했지만 어떤 꽃씨는 세월이 지나면서 그가 지나가는 길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우편배달부가 꽃씨를 뿌리고 다닌다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알고 꽃씨에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가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매일 지나가는 길을 꽃의 거리가 되었고, 그가 다니는 마을은 꽃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일이지요! 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쉽사리 바꾸지 못합니다. 직업도 마찬가지고 나의 인생도 마찬가지죠. 나에게는 부모로서의 길이 있고, 자식으로서의 길이 있으며, 주님의 자녀로서의 길이 있고, 또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길이 있습니다. 이 길들은 내가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는 길들이지요.

 

    오직 몰라!’, ‘안 해!’ 하면서 그 길을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속에 계속 존재합니다. 절교한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여전히 내 마음 어느 한 구석에 남아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꽃길이 돌길로, 돌길이었던 그 길을 꽃길로 바꿀 수 있다면, 다른 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더 다채롭고 풍성해지지 않을 까요! 우리가 똑같은 미사, 똑같은 기도, 똑같은 신앙생활을 하더라도 길을 만들어내는 내 자신이 변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똑같은 미사, 똑같은 신앙생활이 아닐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워지고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길을 곧게 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광야는 메마르고 거칠며 외로운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마음에는 주님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에게 광야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천국과도 같은 광야에서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기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게 됩니다.

 

    반대가 된 것입니다. 풍요롭고 생기 있는 마을이, 어둡고 죄 많은 장소가 되었다면, 광야는 희망과 찬미가 가득한 빛의 장소가 된 것입니다. 그는 주님을 통해 광야에 구원의 꽃길을 만든 것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같은 삶이라도, 같은 직업이라도 내가 나 안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무엇을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삶이 펼쳐져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이란 바로 주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아기 예수님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때, 그 때 우리의 삶도 꽃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님을 맞이하는 데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그 때는 똑같은 삶이, 똑같은 기도가 우리에게 더 다채롭고 풍성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여러분들이 가시는 길은 돌길인가요, 가시밭길인가요, 아니면 꽃길인가요? 그것을 정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느냐에 싶습니다. 주님과 함께 여러분들이 똑같은 일상과 똑같은 미사와 똑같은 기도 속에서 그 길을 꽃길로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고려산,   2008.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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