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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정이시돌 2021. 12. 29. 22:27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미사

(루카 2,41-52)

 

2021. 12. 26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가정 축일입니다. 우리는 성가정이라고 하면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성인 요셉을 성 가정의 표본으로 생각하고, 정말 행복하고 밝은 가정을 떠 올립니다. 그런데 실제로 예수님의 성가정이 밝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것을 한 번 따져 볼까 합니다.

 

     혼인을 한 마리아와 요셉은 호구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에 아기가 태어납니다. 하지만, 방을 구할 수 없어 마구간에서 자리를 잡고 아기 예수님을 낳게 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시자 메시아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마구간은 춥고 어두우며 지저분하고, 냄새도 많이 났었습니다. 이렇게 지저분한 마구간에서 성가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성가정은 시작부터 평탄치 못했습니다. 헤로데 임금이 아기를 죽인다는 천사의 메시지를 받고, 곧바로 길을 떠나 5년 동안 이집트에서 있는 고생, 없는 고생을 다하고 마침내 나자렛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 예수님은 다른 아이들과 좀 달랐기에 오늘 복음에서도 나오듯이 성모님과 요셉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파스카 축제로 예루살렘으로 갔는데 돌아오는 길에 예수님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사흘 동안 열심히 찾아 다녀 겨우 예수님을 찾게 됩니다.

 

    이 때 하느님의 뜻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이 두 사람의 마음에는 피멍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요셉 성인은 예수님이 열여섯 살쯤에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성모님은 과부가 되었을 것이고, 예수님은 아버지가 없는 아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요셉이 없음으로 다른 가정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생활을 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 나이 서른 살에는 공생활을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과연 성모님에게는 예수님의 공생활이 마냥 기쁘기만 했을까요? 예수님에 대한 나쁜 소식도 많이 있을 것이고, 주위에 걱정도 많았을 것이고, 더욱이 그분의 수난과 죽음은 성모님의 마음에 가장 큰 아픔이 되었을 것입니다남편도 여위고, 아들을 보며 살다가 아들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보내는 어머니의 마음, 그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 까요!

 

    이것이 우리가 모범으로 생각하는 성가정의 실제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는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요셉 성인의 가정을 성가정의 모범으로 삼는 이유는 그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서로 도와 가며 주님을 따르는 길을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주님을 따르는 것이 바로 성가정의 참된 모습인 것이죠.

 

      요즘은 가정을 이루는 것도 힘들고 또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가정에서 채우려고 하고, 또 내가 희생하여 살아가는 것을 돌려받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정을 이루고 있다면, 그 가정은 불행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란 늘 부족하고 또 그 끝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정을 이루면서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알려 주신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이 알려 주신 사랑이란 다른 사람에게 채우고 받기보다 먼저 주님께 은총과 힘을 얻어 그 은총과 힘을 다른 이에게 나누어 주는 사랑입니다.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큰 사랑과 기쁨을 얻을 수 있으며, 서로를 비우고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성가정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가 예수님의 가정을 통해 바라봐야 할 것은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믿어 주고 함께 고통을 나누며, 주님께서 알려 주시는 그 길을 함께 가는 모습입니다. 지금 내 가정이 힘들고 서로에게 무엇인가를 원하기만 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시다면 예수님의 성가정을 보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그분들은 누구보다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지만, 서로를 위하는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가정의 모습을 우리는 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이 있습니다하지만 나보다 배우자와 자녀를 먼저 생각하며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믿고 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그 때 예수님의 성가정의 기쁨이 우리의 성가정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 여러분들 가정은 행복하시죠? 세 분이 하셨네요. (웃음) 가정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죠. 예수님의 성가정을 보더라도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그 것을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 가정은 왜 이렇게 서로 싸우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고, 서로 무시하는 그런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가정 모두가 주님만을, 주님을 바라보며 함께 같은 뜻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때, 그 힘듦과 어려움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쁨과 또 소중한 가치가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잠시 내가 우리 가정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 번 되돌아보시며, 힘든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시며, 이 와중에 우리가 주님을 얼마나 따라가며 성가정을 이루고 있는지 한 번 되돌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성가정상, 2019.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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