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정이시돌 2022. 1. 18. 16:56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셨다. (요한 2,1-11)

 

 
 

 

                                                                                                         2022. 1. 16.  연중 제2주일 미사 강론
 
 
 
    + 찬미 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카나의 혼인잔치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에서 첫 기적을 행하십니다. 첫 기적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을까요, 처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이 처음에 잘 풀려야 되는 것처럼, 예수님도 첫 기적을 행하실 때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인 잔치에서 성모님이 오셔서 예수님께 얘기하죠, ‘포도주가 떨어 졌구나!’ 그 때 예수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조금은 머뭇거렸을 것 같습니다. ‘아직 지금은 저의 때가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때가 언제인가를 생각해 보면,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아파하는 사람들, 하느님께 죄를 지어서 벌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느님께 용서 받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신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하시고 싶었던 것은 아마 힘들고, 괴롭고, 하느님께 벌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안에서 첫 기적을 하고 싶으시지 않으셨을까, 그런데 난데없이 성모님께서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의 말씀을 듣고서는 ‘아! 순명해야겠구나!’ 그러고 나서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하시고 포도주, 첫 기적을 이루시게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나름대로 이 첫 기적의 의미를 부여하시는데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들, 포도주는 어디에 있어야 되지요? 항아리 같은 곳에 있어야겠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포도주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한 것이 아니라, 정결례에 사용하는 물독에 물을 채우라고 하십니다. 그 얘기는 정결례에 대한 물의 의미를 담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정결례에 쓰는 물독은 보통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이 씻는 것이지요. 더러워진 몸을, 식사하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 정결례 물독의 본래의 용도입니다. 깨끗해지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정결레의 물독을 채운 이유는 예수님도 당신의 뜻을 알리기 위해서겠지요.
 
     우리 마음에 쌓여 있는 짐들, 악한 것들, 나쁜 것들을 씻어 주려고 왔다는 것을 알리시고자 정결례에 쓰는 물독에 물을 채우시고, 거기서 첫 기적을 행하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 이 듭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면,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았을 때는 ‘아! 더 잘됐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지 않으셨을까, 왜냐하면 혼인잔치잖아요. 혼인잔치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하나가 되는 예식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힘들어 하고 죄에 물든 사람들을 깨끗이 씻어주시고자 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 전에 죄에 물든 우리를 하느님께서 너무나 사랑하시고, 함께 해주신다는 의미로 그 안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혼인잔치의 첫 기적은 ‘카나의 혼인잔치’가 어떻게 보면 하느님의 마음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주실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성모님의 한 마디었겠지요. ‘포도주가 떨어졌구나!’ 하지만 그 한 마디가 성모님의 의도였든 아니든 주님의 뜻으로 더 좋은, 더 가치 있는 예식으로 지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얘기를 왜 했는지 알 것 같으시죠! 성모님처럼 주교님도 주님의 뜻에 따라 우리에게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우리에게 말씀을 하신 것이었고, 우리 역시 그 말씀에 순명하며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실 주님을 떠 올리면서 순명하여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 우리의 뜻이겠지요. 우리는 주님의 뜻을 이루고자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쉽고, 힘들고 어둡더라도 우리가 주님의 말씀에 순명할 수 있는 강화성당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성찬 전례,  2022. 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