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아라”(요한 1,39)
+찬미 예수님!
축복의 순간이었던 성탄시기가 어느덧 끝나고 이제 교회는 연중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이 날 또한 대림이나 성탄시기에 비교했을 때 연중시기는 평범한 절기입니다. 두드러지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연중시기는 전례력의 근본이자 바탕이 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연중시기는 바로 부활, 성탄이라는 전례력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묵묵히 존재하는 뿌리와 같은 절기입니다. 연중시기는 부활, 성탄이라는 전례력의 주인공이 더욱 돋보이도록 조용히 존재하는 조연 배우와도 같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 번 출발 선상에 서 있습니다. 이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노력은 무엇보다도 일상에 대한 지속적인 중시함일 것입니다. 매일매일 기도는 빼 먹지 않고, 꾸준히 주님께 바치는 데서 신앙은 성장하고, 매일의 고통을 참아내는 데서 신앙은 깊어지며, 매일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데서 신앙은 도약합니다.
우리의 신앙이 한층 더 성숙해지는 은총의 연중시기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세례자로로부터 세례를 받고, 공생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이제 세상으로 나오셔서 복음을 전파하시고,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십니다. 그런데 그 실행의 출발점은 항상 ‘만남’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그리스도와의 만남입니다. 그 만남을 위해서 당신 자신이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으신 것처럼, 이 세상 사람들을 부르셔서 예수님 자신을 이 세상에 드러내 보이셨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새로 알게 될 때에 상대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과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오늘 복음에서 요한이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고 들었을 때, 요한이 제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예수님을 향해 저 분은 누구이신가? 과연 하느님의 어린 양은 어떤 분이신가? 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과 같이 있던 제자들은 예수님을 따라가고, 그것을 보신 예수님은 그들에게 ‘무엇을 찾고 있느냐?’하고 물어 보심으로서 그들의 관심을 받아들이시고 그렇게 제자들을 선택하고 부르셨습니다. 그럼에도 제자들은 궁금증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은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라 물음으로서 예수님에 대한 갈증과 그분이 정말 누구이신가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정답을 이야기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와서 보아라!’ 하고 말씀하심으로써 제자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심으로서 그들이 보고, 듣고, 느끼며 직접 알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결국 제자들은 그분과 함께 묵고 지내며 그들 안에 깊이 자리 잡았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 역시 처음에는 스승님이라고 불렀지만, 마침내 ‘메시아’ ‘그리스도’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을 보면서 우리가 받은 부르심, 그리고 거기에 응답한다는 것은 ‘와서 보아라. 하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초대를 듣고, 우리가 예수님과 함께 묵는 것이라고 활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신 것처럼 여기 계신 형제자매님들께 ‘와서 보아라' 하며 부르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비록 우리가 많은 가정의 일과 세상의 일들, 또 여러 가지 많은 것들 때문에 바쁘겠지만
예수님의 초대를 들은 우리는 우리의 삶을 예수님과 함께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올 한 해는 그분과 함께 묵으려고 노력해 보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고 진지하게 알아가려고 할 때에 같이 생활하고 의견을 나누고, 같이 머무는 것이 중요하듯이, 예수님을 알고 그분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기 위해서는 그분과 함께 먹고 마시고 지내는 것이 꼭 필요할 것입니다.
부르심에 완성은 우리의 응답이고, 응답하며 그분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자신 안에 머무르라고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그 부르심에 대답하고, 그분의 초대에 응하며 예수님의 여정에 충실한 동반자가 되도록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그 다짐을 노력하고 실천하는 행복한 한 주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박태경 프란치스코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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