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박진화미술관

'숲' Woods

정이시돌 2009. 9. 8. 21:26

'숲' Woods

1.

얼마나 더 무심해져야 스스로 세상에 눈을 비킨 채 묵묵히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얼마나 더 관대해져야 작금의 모든 상황을 더 넓고 따뜻하게 보듬어 내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을까?

2009년 현재, 우리의 삶의 현실은 갈수록 내 붓에 과중한 짐을 더 지우는 듯하다.

 

내 붓은 항상 현실을 의식하면서도 그 너머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인즉 화가의 눈은 발밑에서 우러나와야 하되,

그 발밑을 통째로 거머쥔 채 드넓은 창공을 향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현실을 부둥켜안고

높은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

그런 광활하고 멋진 붓을 붙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같은 화가를 향해 현실성이 전혀 없는

'무책임한 친구'라고 부르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나 '무책임'의 죄값을 감안하더라도,

그런 무모한 짓을 붓에 매달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림은  이내 싱거워지고 만다.

이는 그동안 내 붓에 쌓인 나의 견해이다.

내가 '현실' '현실'하면서도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그림에

잡아넣으려는 까닭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리하여 붓이 초월의 낌새를 담아내기 위해...그너머를 향해

붓의 꼭지가 불분명하게 흔들릴 때,

그러한 겹 떨림이 화폭에서 굳건히 반짝일 때,

(가령 어쩌다가 그러한 그림이 생겨날 때면)

나는 더 없이 흡족하고 만족하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붓에 막막함이 배어있는 그림들...

예컨데 태산같은 벽 앞에서 쩔쩔매면서도 너머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철부지 마냥...

힘겨운 '절망감'이 묻어나면서도 보란듯이 말짱하게 한 발짝 더 솟구치는...

그런 그림을 당연히 좋아하고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2.

이번에 전시된 메인 작품들은,

지금부터 장확히 9년 전인 2000년에 발표된 작품들이다.

1999년  당시,

그 해 내내 밀어 닥친 '흰 공포'를 체험한 나는

2000년에 들어서자마자 그 반대 현상인 어둡고 무거운 그림에 줄곧

빠져들기 시작했다.

약 30여점의 작품이 생산됐는데, 그 중에 300호의 대작 4점이 포함됐다.

바로 그 대작 4점이 이번 '숲' 전시의 메인 작품이 된 것이다.

-박진화-

'붓의 이행 Living Brush'중에서

 

 

 

 

 

 

 

 

 

 

 

 

 

 

 

어둠으로 가는 나무들  Trees, going into Darkness

290*197cm oil on canvas 2000년

 

연두 풀이  Dispelling the Green

181*227cm  oil on canvas 2003년

 

붉은 나무 꿈을 꾸다  Dreaming of Red Trees

290*197cm   oil on canvas 2000년

 

자화상 2008 Self-portrait 2008

130*162cm  캔버스에 유채 2009 

 

여름 저녁 바다   Summer Evening Sea

290*197cm   oil on canvas 2000년

  

숲   Woods

150*170cm 캔버스에 유채 2009년

 

밤의 붉은 나무들  Red Trees at Night

290*197cm   oil on canvas 2000년

 

나무의 길   Road of Trees

130*162cm  캔버스에 유채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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