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위령의 날' 미사

정이시돌 2020. 11. 6. 09:33

위령의 날 미사 강론

 

          ‘어머니의 눈’이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눈이 잘 안보여서 뜨개질을 할 수 없구나" 하신 친정어머니의 말을 흘려듣고 말았다. 형부와 남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 충격 때문인지 형부는 말기 암으로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언니가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조카들을 남기고 갑자기 떠난 형부를 원망조차 할 수 없었다. 언니가 살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는 언니를 붙잡을 수 없었던 팔순 노모는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에 마음이 혼란스러우셨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언니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면 조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오는데 엄마는 손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셨다. 혹시나 해서 안과 진료를 받으니 오래 전에 한 쪽 눈이 실명되었다고 한다. 사위의 어려운 처지와 남편을 잃은 딸의 아픔 때문에 당신의 상태를 감추신 것이다. 엄마가 뜨개질을 하실 수 없다고 하셨을 때, 발을 헛디뎌 넘어지셨을 때, 내 상처만 생각하느라 엄마를 보살피지 못했다.

 

    3년 동안 한 쪽 눈으로 불편하게 생활하셨을 엄마의 손을 잡고 돌아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괜찮다. 한 쪽 눈으로 살아도 불편하지 않으니 너희만 잘 살면 되는 거다.” 엄마를 조금 더 오래 붙잡고 싶은 날이었다,'

 

    장례 미사를 할 때면 언제나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조금 더 잘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더 사랑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우리도 언제나 돌아가신 분들을 바라볼 때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더 잘해 드리지 못해서‘라는 말이겠지요. 내 아픔이 제일 큰 아픔이고, 내 슬픔이 제일 큰 슬픔이기에 진정 나를 돌보아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끝까지 사랑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모님들, 우리는 그분들의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돌아가신 분들 뿐만 아니라 주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눈이 그분의 사랑을, 그리고 그분의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주님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 역시 주님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으로 가득하겠지요. 하지만 이 미안함과 죄송함보다 더 큰 것은 주님이 내가 행복해 지고, 또 기뻐하시기를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를 부모님처럼 끝까지 지켜주시는 사랑이 가득하신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자녀로서 우리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신다면 주님께서는 얼마나 기뻐하실까요!

 

    이 시간, 돌아가신 분들에게 하나라도 잘해 드리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마음을 모아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입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주님께 미안함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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