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열 처녀의 비유

정이시돌 2020. 11. 12. 20:50

평신도 주일 미사 (2020. 11. 8)

 

         * 열 처녀의 비유 (마태 25,1-13)

 

        여든 일곱 살 된 노인 한 분이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서 숲과 고양이를 벗 삼아 우울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십 이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외동딸은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은 너무나 조용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조차 드물었습니다. 전화도 없고 주민도 없고 쓸쓸하기만 한 삶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더 이상 처량하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일간지에 이런 광고를 내게 됩니다. ‘할아버지를 입양한 가정에는 한 달에 6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푸르지오 알제루치’, 팔십 세가 넘는 분으로 자기를 입양해 달라고 광고를 낸 것입니다. 노인이 입양한다는 것은 황당하지만. 그래도 그 광고는 노인의 삶을 바꾸어 놓습니다. 이 광고가 나간 뒤 여러 신문사에서는 그의 삶을 일면 머리기사로 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멀리 콜롬비아, 뉴질랜드, 미국에서도 함께 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또 어느 톱스타도 관심을 보이고, 어느 백만장자는 건물 한 채를 빌려 주고 도우미까지 보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노인을 사로잡은 편지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가 선택한 편지에는 생명이 들어있는 편지였습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유명한 것도, 돈도, 명예도 아니고 온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은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아파트로 들어갔으며, 앞마당을 산책하며, 설거지를 돕고, 아이들의 숙제를 봐 주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입양이 된 후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예요. 하느님께서 저를 도와주셔서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 어르신이 정말로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어르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의 적극적인 태도로 자기 자신을 권태로운 곳에서 활기 있고 생기 있는 곳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능동적인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능동적인 삶, 무엇인가를 더 하려고 하고, 멈춰있지 않는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어떻게 보면 이런 능동적인 삶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가운데 다섯 처녀는 슬기로운 처녀이고, 다른 다섯은 어리석은 처녀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차이점은 수동적이냐 능동적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능동적인 처녀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수동적인 처녀들은 그 때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차이가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어리석은 처녀들, 수동적인 처녀들은 주인에게 버림을 받습니다. 조금만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면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내 집 안에서, 내 교회 안에서, 내 직장 안에서 다른 이보다 조금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일 수 있을 때, 그 때 우리는 조금씩 시들어 가는 모습이 아니라 활기 있는, 그 무엇보다도 보람과 기쁨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첫영성체 날이기도 하지만, ‘평신도 주일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쩌면 우리들은 수동적으로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함께 모여서 많은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주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신앙생활에 좀 더 능동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떨어져 있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주님이 주신 은총은 여러분의 삶의 모습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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