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예수님의 선물

정이시돌 2021. 6. 8. 21:02

 

『오늘의 말씀』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예수님의 선물

 

     예수님은 우리를 당신의 나라로 이끌어 주시지만,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당신을 따를 수 있게 많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님께 받은 선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선물 안에 주님의 나라로 가는 방법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선물로, 예수님은 우리에게 미래에 있을 나쁜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를 회복시켜 주심으로써 말입니다. 자녀를 한없이 사랑해 주시는 하느님을 우리의 아버지로 다시 이어주심으로써, 우리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더라도 다시 일으켜 주시는 아버지를 되찾아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힘들고 괴로운 일을 마주하더라도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둘째 선물로, 예수님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 주시고 죄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상처는 우리가 주님과 사람들을 더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벽을 세우게 합니다. 또 우리가 지었던 죄는 우리가 사랑할 수 없는 존재로 자기 자신을 하찮게 만들어 버립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주심으로써 마음의 벽을 허물어 주시고, 내가 주님과 사람들에게 지었던 죄를 용서해 주심으로써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이로써 과거의 상처와 죄에 얽매여 있는 나를 자유롭게 해 주셔서, 주님과 사람들과의 끊어졌던 관계를 이어주신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용기, 과거에 대한 자유로움, 이 두 가지 선물은 우리가 현재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렇다면 현재에 충실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의 답을 ‘삼위일체’에서 찾고 싶습니다. 어떻게 삼위일체이신지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세 분을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분이 기쁘시면 같이 기쁘시고, 한 분이 슬프시면 같이 슬프신 분들이 바로 성부, 성자, 성령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미래의 두려움과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충실히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서로 사랑하며, 기쁠 때 함께 기쁘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하는 일입니다.

 

    이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고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살고 있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삶이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불행한 삶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애타게 주시고자 하신 선물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쓸데없이 과거와 미래를 운운하며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내 생각과 마음에 담지 마십시오. 우리는 주님께서 주신 용기와 자유를 펼쳐 놓고,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과 주님을 사랑하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과정의 모습이 결과의 모습과 다르다면, 결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주님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그렇게밖에 살 수 없을 것입니다.

 

 

 

-한재희 스테파노 신부, 강화본당 주임-

 

 

*‘인천주보 제 2672호’, (2021. 6. 6) 참조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제대, 202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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