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천주교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정이시돌 2021. 7. 20. 22:10

2021. 7. 18. 연중 제16주일 미사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마르 6,30-34)

 

     + 찬미 예수님!

 

     오늘 독서와 복음을 보면 주님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우선 독서에서 주님은 못된 목자들을 당신의 양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흩어버리고 몰아냈기 때문에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벌하시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양들을 다시 모으시기 위해 착한 목자를 다시 보내주신다고 하십니다.(예레 23,1-6) 이렇게 착한 목자는 주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주님의 마음으로 양들을 돌보게 됩니다.

 

     그렇게 착한 목자는 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양들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우리에서 이탈한 양들은 종종 다치거나 벼랑에서 떨어져 죽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서 이탈한 양들은 야생 동물에 먹이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착한 목자가 길 잃은 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걱정과 연민의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착한 목자는 안전한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놓아 둔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들도 이런 양들과 같습니다. 우리 역시 길 잃은 양들처럼 바로 앞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두려움이 우리들을 먹어 삼키게 되면, 우리는 마음의 벽을 굳게 쌓아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쌓아 올린 마음의 벽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고.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은 분노와 슬픔을 만들게 됩니다. 무엇보다 인내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하며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가십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육로로 함께 달려, 그들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이를 본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십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길을 잃어버린 양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을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않나오지만, 늦은 시간이 되자 아무 준비 없이 쫓아온 이들이 먹을 것이 없는 것을 아시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그들의 허기를 모두 채워주십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서로간의 벽인 적개심을 허물었으며, 율법을 완성하셨으며 십자가를 통해 당신의 목숨을 바쳐서 길을 잃고 두려움에 빠져있는 우리들에게 주님에게 향하는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이는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지 못하고 주님과 멀어져 있는 우리들에게 연민을 느끼시며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도 똑같이 연민을 느끼시며 안타까워하십니다. 두려움에 마음의 벽을 높이 쌓은 우리들을 바라보시며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서로 용서할 수 있기를, 서로 믿을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용기와 힘을 주시며 마음의 벽을 허물기를 바라십니다.

 

     오늘 '받아들이는 예식'을 하시는 예비자 여러분들도 마음의 벽을 허물고 두려움에 떨고 힘들어하는 여러분의 마음을 주님께 잘 들어내 보이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여러분에게 연민을 느끼며 아흔아홉 마리를 놔두고 여러분을 찾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때 주님이 진정으로 우리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제대, 2021.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