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5 연중 제17주일 주임 신부님 강론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요한 6,1-15)
+ 찬미 예수님!
여러분들의 인생에 추억이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어떤 음식에 추억이 담겨 있을까요? 저는 한 가지를 뽑으라고 하면 떡볶이를 뽑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서 떡볶이를 팔잖아요. 비 오는 날 문방구 앞에서 먹던 떡볶이가 그렇게 맛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내가 만약에 돈을 벌면 비 오는 날 아파트 옥상에서 아내와 같이 떡볶이를 먹어야지’ 하는 굳은 결심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말짱 도루묵이 되었지요.(웃음)
유다인 들에게 음식하면, 제일 의미가 있는 음식은 빵입니다. 왜 빵이냐 하면 유대인들은 이집트에서 해방된 후 40년 동안 광야를 헤맸던 유랑민이었고,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양과 소를 치던 유목 민족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은 음식이었고 이들의 주식이 빵이었기 때문에 빵은 유다인 들에게 있어서 곧, 생명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율법에서도 빵에 관련된 조항들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빵을 나누어 먹을 때, 절대 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왜 칼을 사용하면 안 되는지 아시나요? 빵은 곧, 생명이기 때문에 생명에 칼을 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빵을 먹을 때는 언제나 손으로 뜯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빵을 생명처럼 생각하다 보니 유다인 들은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절대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빵을 나누어 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유다인 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빵은 예수님에게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이런 소중한 빵을 나누어 주라고 하십니다. 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나누어 주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군중들은 더 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말입니다. 한 번 잘 들어 보십시오.
‘사람들은 예수님께 하느님에게 권위 있는 가르침을 받았고 병을 치료 받으며 죄를 용서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예수님이 빵을 나누어 주심으로써 군중들을 믿고 사랑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 오천 명에게 이 빵을 나누어 주게 된 것입니다. 이는 군중들에게 어마어마한 사건인 것입니다. 단순히 빵을 늘려 장정만 오천 명을 먹인 사건이 아니라, 예수님과 하느님이 함께 계시고, 이런 예수님이 자신들과 가족처럼 믿고 있고 또 함께 해 주신다는 어마어마한 증거를 보여 주신 것이 ’오병이어‘ 사건입니다. 이것이 그 당시 군중들을 먹였던 ’오병이어‘의 기적인 것입니다.
여러분, 빵은 곧 생명을 뜻한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빵을 생명이라고 소중하게 생각하시지만, 단순히 지금 생활을 풍요롭게 유지하고자 하는 빵에 대해서는 유혹이라고 생각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 계실 때 악마는 예수님을 유혹하며 돌을 빵으로 바꿔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하시며 유혹을 물리치십니다. 이는 지금 당장 나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더라도, 이 때 필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고자 합니다. 그런데 만약 주님이 주시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면, 내가 유혹에 머문다면 주님께서는 우리를 떠나 실지도 모릅니다.
오늘 말씀에 마지막은 이렇게 나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요한 6,15)’ 우리 역시 지금 이 세상에서 유혹에 머물거나, 풍족한 삶을 바라며 주님만을 찾는 다면, 주님은 우리를 떠나 산으로 물러 가실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은 당신 스스로를 ‘생명의 빵’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의 생명을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때, 세상의 것만 생각하며 주님을 찾는다면 언젠가는 주님이 우리를 떠나실 지도 모릅니다.
힘들고 괴로운 지금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을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모시는 생명이 더 가치 있고, 더 기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잠시 묵상하시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신부님 강론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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