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언덕/정무용의 사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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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산 가는 길

가을의 끝자락에 오르는 봉천산은 심신을 편안하게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짓눌렸던 마음이 해방된 느낌입니다. 하점면사무소에서 오르는 봉천산 등산로는 정비가 잘되어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줍니다. 낙엽 밟는 소리에 오랜만에 가을이 나를 감싸준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얼마나 많이 느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쏟아지는 햇볕,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얼굴을 스치는 찬바람, 드넓은 망월리벌! 이 모든 것이 삶에 생동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강화도 이야기 2020.11.28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강론

* 최후의 심판 (마태 25,31-46) 오늘 복음을 보면 제일 먼저 장례미사가 떠오릅니다. 오늘 복음은 장례미사 때에 사용되는 내용입니다. 가끔 신자 분들의 장례식장에 갑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보면 고인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장례식장에 가 보면 아주 조용하게 가족들과 신자 분들만 고인을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장례식장은 화환이 넘쳐나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곳도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와, 이 분이 정말 외롭게 사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분은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적인 모습만 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고인의 삶에는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주님과의 관계도 함께 포함되어 ..

탈렌트의 비유

탈렌트의 비유 (마태 25, 14-30) 이러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하느님은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예수님께서는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고 부르셨습니다. ‘아버지’라는 호칭이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남자’라는 선입견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남자, 여자로 구분할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하셨습니다. 남자나 여자나 모두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하셨기에 하느님께서는 남자의 모상, 여자의 모상을 다 가지고 계십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하느님은 부성으로서의 하느님, 모성으로서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아버지로서의 하느님 모습, 어머니로서의 하느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

'사랑의 김치' 담그는 날

오늘은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공동체가 함께 김장 담그는 날입니다. 10시 미사가 끝난 후 성전 마당과 왕의 교육관에서 신부님, 수녀님, 형제자매님들이 모여 '사랑의 김치 담그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밤새 내리던 비도 개이고 날씨마저 온화합니다. 11월 11일부터 본당 경작지에서 무, 배추를 수확하고, 18일(목)에는 배추를 절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오늘은 배춧속 양념을 넣는 날입니다. 자매님들의 김장 담그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이렇게 정성들여 담근 김장김치는 상자에 담겨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합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고 사도 바오로가 말씀하셨습니다.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강화 그리스도왕 공동체의 모습이 '실천하는 믿음'일 것입니다. *사진 촬영 : 나근국 시몬

열 처녀의 비유

평신도 주일 미사 (2020. 11. 8) * 열 처녀의 비유 (마태 25,1-13) 여든 일곱 살 된 노인 한 분이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서 숲과 고양이를 벗 삼아 우울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십 이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외동딸은 현지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생활은 너무나 조용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일조차 드물었습니다. 전화도 없고 주민도 없고 쓸쓸하기만 한 삶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더 이상 처량하게 살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래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일간지에 이런 광고를 내게 됩니다. ‘할아버지를 입양한 가정에는 한 달에 60만원을 드리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푸르지오 알제루치’, 팔십 세가 넘는 분으로 자기를 입양해 달라고 광고를..

첫영성체 예식

“우리 친구들이 교리 기간 동안 즐겁게 지내며 이렇게 첫영성체를 모실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들과 수녀님, 그리고 자모님의 많은 사랑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결국은 주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 처음 성체를 모시고 하느님의 사랑을 뵙고 나서 그 사랑을 아무 대가 없이 우리 친구들에게 줬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알려주신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주님께 받은 사랑을 아무 대가 없이 이웃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영성체를 모시는 이제부터 우리 친구들도 예수님을 따라 주님께 받은 사랑을 이웃에게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화 그리스도왕 성당 한재희 스테파노 주임 ..

첫영성체

첫 영성체 (2020. 11. 8 주일) 첫영성체는 어린이가 성체가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때 교회가 기초 교리를 가르치고 성체를 모시도록 하는 은혜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요한6,51) 라고 말씀 하십니다. 첫영성체 하는 날은 바로 이러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첫 걸음이니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가족 친지분, 신자 분들이 모여 첫영성체를 맞이하는 어린이들을 축복해 주는 것이 얼마나 복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되새겨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어린 시절 성전에서 총명함으로 많은 신자들의 칭찬을 받은 것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작품 전시회’를 통해서 총명함과 주님께 향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성당의 희망이..

'위령의 날' 미사

위령의 날 미사 강론 ‘어머니의 눈’이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눈이 잘 안보여서 뜨개질을 할 수 없구나" 하신 친정어머니의 말을 흘려듣고 말았다. 형부와 남편이 운영하던 무역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 충격 때문인지 형부는 말기 암으로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언니가 행복하기를 바랐는데 조카들을 남기고 갑자기 떠난 형부를 원망조차 할 수 없었다. 언니가 살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가는 언니를 붙잡을 수 없었던 팔순 노모는 가슴을 후벼 파는 아픔에 마음이 혼란스러우셨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언니는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방학이면 조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오는데 엄마는 손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셨다. 혹시나 해서 안과 진료를 받으니 오래 전에..